최명기 산업안전취재본부장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굿투데이뉴스 재난안전취재본부장
2022년 1월에 발생한 광주 화정동 아파트 붕괴 사고와 관련하여 업무상과실치사·주택법·건축법 위반 등에 대한 1심 형사재판 결과가 올해 1월 20일에 나왔다.
재판부는 전체 피고인 20명(법인 포함) 중 14명에게는 유죄, 6명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이때 업무상과실치사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사람은 10명이었다. 10명 중 5명에게는 징역 또는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됐고, 나머지 5명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원청업체인 H사 현장소장에게는 징역 4년이, 현장 시공책임자인 2명에게는 징역 2과 3년이 선고됐다. 또 다른 관련 직원 2명에게는 과실책임 정도와 역할 등에 비춰 징역 2년~2년 6개월과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그러나 원청인 H사 전 대표이사와 전 건설본부장에 대해서는 지시 체계 등에 비춰 직접적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무죄가 선고됐다.
철근콘트리트 공사를 시행했던 하청업체 G사 현장소장과 시공책임자에게도 징역 3년과 4년이 각각 선고됐다. 현장 실무자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반면에 G사 대표이사는 재무적 결재 책임만 있었다고 보아 무죄가 선고됐다. 감리 업무를 맡았던 건축사 사무소 GJ사 관계자 3명에게는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법인에 대해서도 처벌이 이루어졌다. 원청업체인 H사는 소속 임직원들의 위법 행위에 대한 관리·감독 부실에 대한 양벌규정으로서 벌금 5억 원이 선고됐다. 하청업체인 G사 측에는 벌금 3억 원, 감리업체인 GJ사 측에는 벌금 1억 원이 선고됐다.
광주 화정동 아파트 붕괴사고는 2022년 1월 11일 오후 3시 46분경, 201동 건물의 23∼38층 구조물과 외벽이 붕괴됐다. 이 사고로 근로자 6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당했다.
2023년 4월에 발생한 성남 분당 정자교 붕괴사고와 관련하여 검찰은 작년 교량 유지관리 업무를 담당한 분당구청 구조물관리과 소속 공무원 A과장 등 7명(과장 2명, 팀장 3명, 팀원 2명)을 업무상과실치사죄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또한 책임 정도가 상대적으로 무겁지 않은 공무원 3명은 기소유예, 인과관계 인정이 어려운 공무원 1명을 '혐의없음'으로 처분했다.
공무원인 A씨 등은 2021년부터 2023년 4월까지 교량 점검 결과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적절한 유지·보수를 소홀히 해 정자교 붕괴 원인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 등은 정밀안전점검 결과에 따라 교면의 전면 재포장 등 보수공사를 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은 업무상과실이 확인됐다.
반면에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받았던 성남시장은 '혐의없음'으로 처분됐다. 검찰은 이 사고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인력·예산편성, 정기적인 안전점검 등 안전관리시스템의 미비로 인한 것이 아니라고 보았다. 사고가 발생한 원인은 담당 공무원의 업무 소홀에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점과 교량 관리업무 전반이 분당구청에 위임된 점 등을 고려하여 판단했다.
분당 정자교는 시공된 지 30년이 경과 된 노후 교량이다. 2023년 4월 5일 오전 9시 45분경, 정자교 한쪽 보행로가 무너지면서 이 교량을 지나던 40대 여성 1명이 사망하고 20대 남성이 부상당했다.
사망사고와 같은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건설현장 안전관리자들은 처벌 대상이 될까? 많은 이들은 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착각이다. 안전관리자들의 경우 대부분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처벌을 받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형법에 따른 업무상과실치사죄로 처벌을 받는 경우가 눈에 띄게 많아졌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나서 법원 판결에 따른 내용을 살펴보면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과 함께 실무자에 대한 처벌도 같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때 주로 업무상과실치사죄가 적용되고 있다. 하청업체 근로자 추락사고로 인한 중대재해처벌법 제1호 판결의 경우에도 안전관리자는 업무상과실치사죄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대한 처벌보다는 형법의 업무상과실치사상죄가 적용되고 있다 보니 현장 실무자들의 불만과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업무상과실치사상죄로 처벌받지 않기 위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란 무엇일까?
과실치상이나 과실치사죄는 과실로 인하여 사람의 신체를 상하게 하거나 사망에 이르게 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를 말한다. 이는 상해나 사망의 결과에 대하여 고의가 없고 그것이 과실로 인한 것임을 요하고 있다.
업무상과실이란 일정한 업무종사자가 당해 업무의 성질상 또는 그 업무상의 지위때문에 특별히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태만히 함으로써 결과 발생을 예견하거나 회피하지 못한 경우에 해당한다. 보통과실에 비해 불법 및 책임이 가중됨으로써 중하게 처벌되고 있다.
업무상과실치사죄는 업무상 과실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죄이다. 이 죄의 주체는 사람의 생명 및 신체를 침해할 우려가 있는 업무에 종사하는 자이다. 건설현장에서 안전관리자나 관리감독자들이 해당된다. 업무상과실치사상죄는 업무자라는 신분을 이유로 가중된 구성요건으로 부진정신분범이다. 업무상과실치사죄는 사람을 상해하거나 사망에 이르게 할 위험성을 내포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그 업무를 수행하면서 과실로 인해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할 때 성립된다. 여기에서 업무란 사람의 생명, 신체의 위험을 방지하는 것을 의무로 하는 업무도 포함된다.
업무 중에 일어났다 하더라도 그 업무에 따른 타인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 수준이 일상생활에 비해 무거운 주의의무를 요구하거나 고도의 예견가능성을 기대할 정도가 아니라면 업무상과실치사죄에 해당되지는 않는다. 업무상과실치사죄는 직업적으로 행하거나 영리를 목적으로 행하는 업무가 아니더라도 상관없다. 그 업무를 불법적으로 행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상관없다. 처음 행하는 업무 중에 과실치사상을 범했다 하더라도 계속해서 행할 의사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라면 업무상과실치사상죄가 성립된다.
업무상 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자는 형법 제268조(업무상과실, 중과실 치사상)에 따라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
누구나 사람이기에 실수를 저지를 수가 있다. 하지만 실수로 인해서 다른 사람의 생명에 영향이 가해진다면 단순 실수로 마무리되는 것이 아닌 법적인 책임을 피하지 못할 수가 있다. 사실 건설현장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이러한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아무리 안전교육을 하고 주의를 하더라도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하여 사망 혹은 상해로 이어진다면 이는 당연히 법적 분쟁으로까지 번질 수 있게 된다. 이때는 단순히 실수였다고 할지라도 피해자가 발생한 이상, 가해자에게 책임이 주어질 수밖에는 없게 된다. 따라서 업무상과실치사죄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가 있다. 또한, 손해배상 등도 추가로 이루어질 수도 있다.
업무 수행 중 업무상과실치사죄를 면하기 위해서는 안전관리자나 관리감독자와 같은 업무자가 주의의무 조치를 이행한 경우이다. 쉽게 말해 업무자로서 산업 재해 등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적절한 교육과 점검 등의 주의가 이루어졌냐는 것이다. 이 업무상 주의의무가 이루어졌다고 보이면 처벌을 받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의의무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으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발생하였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소명할 경우에는 무죄가 선고될 수도 있다. 따라서 객관적인 증거에 입각하여 업무상 주의의무를 이행했다는 것을 논리적으로 증명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불필요하고 안타깝지만 이를 증명하기 위한 서류 작업이 필요할 수밖에는 없다. 사실 서류 작업은 비효율적이고 사전 예방 조치와는 무관한 일이다. 그렇지만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했다는 증명은 이 방법 외에는 없는 실정이다.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지만 본인이 해야 하는 업무상 주의의무를 모두 하였다는 점을 충분히 소명할 수 있도록 틈틈이 준비할 필요가 있다. 만일 본인은 주의의무를 완벽하게 행하였지만, 불가항력에 의해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성립요건이 충족되지 않아서 처벌을 피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행위에 비해 지나친 처벌을 받게 되는 일이 없도록 지금부터라도 철저한 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서 일차적으로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요구하는 안전 수칙을 잘 이행할 필요가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는 특별사법경찰관인 근로감독관이 수사를 한다. 반면에 업무상과실치사죄는 경찰이 수사한다. 업무상과실치사로 처벌되는 사람들은 산업안전보건법의 안전보건조치의무를 위반한 행위자와 일치하지는 않는다.
안전관리자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관리책임자를 보좌하고 관리감독자에게 지도ㆍ조언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또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의 종류 및 사업장의 상시근로자 수에 해당하는 사업장의 사업주는 안전관리자에게 그 업무만을 전담하도록 하고 있다.(산업안전보건법 제17조 제1항, 제3항).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 안전관리자에 대해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의 참고인 조사가 이루어진다. 안전관리자는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로 의율되지 않아 고용노동부 수사단계에서는 참고인 조사만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향후 업무상과실치사죄의 피의자로 입건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과 고용노동부 수사 내용이 경찰과 공유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안전관리자들은 고용노동부의 참고인 조사 단계부터 자신의 주의의무를 다하였다는 점을 최대한 구체적으로 소명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작업반장 등 관리감독자 역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실이 인정될 경우에는 업무상과실치사죄로 입건될 수 있다. 그러므로 관리감독자들도 사고 발생 시 업무상과실치사죄 입건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안전보건에 관한 주의의무를 다 할 필요가 있다.
업무상과실치사죄로 처벌받지 않은 가장 좋은 방법은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방법이다. 작업을 하는 근로자들은 유아 수준의 행동양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하고 하나하나 세심하게 안전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