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원 발행인
거문도 백도를 배경으로 한 사진 (굿투데이뉴스 대표 / 죽향풀뿌리정책포럼 회장 정석원)
전직 대통령이라면, 비록 재임 중의 논란과 실패가 있었다 하더라도 퇴임 후에는 절제와 성찰, 그리고 국민을 향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야 한다. 그러나 요즘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씨를 바라보면 그런 기대는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뻔뻔함도 이쯤이면 역대급이다.
온 나라가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에 가까운 상황까지 치달았고, 정권은 참담한 지지율 속에 붕괴했는데도, 당사자들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하다. 검찰 출신 대통령이라는 이력이 무색하게, 자신을 향한 각종 의혹에 대해서는 일말의 반성도 없다. 오히려 퇴임 후에도 측근들과 어울려 정치적 입김을 남기려는 듯한 행보는 국민에 대한 무례이며, 민주주의에 대한 모욕이다.
김건희 씨의 행보는 더욱 가관이다.
‘무속 논란’부터 시작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허위 이력 논란, 도이치 관련 증인 회피, 도이치 검찰수사 무마 의혹까지. 이토록 많은 의혹이 제기된 영부인이 있었던가? 그런데도 “나는 전직 영부인”이라는 껍데기만 앞세워 각종 소송전을 벌이며, 법망의 사각지대에서 여전히 건재하다는 듯 행동하는 모습은 국민의 공분을 자아낸다. 전직 영부인이라는 위치가 부끄러움이 아니라 권력의 방패로 둔갑한 셈이다.
전직 대통령 부부라면 최소한의 ‘도리’라도 지켜야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조용히 평화를 말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봉하마을에서 국민과 눈을 맞췄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조차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최소한의 처벌은 받았고, 일부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윤석열 부부는 여전히 피해자 코스프레에 빠져 있다. 국민이 왜 등을 돌렸는지에 대한 자각은커녕, ‘나는 잘못 없다’는 자기기만에 빠져 국민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다.
정치는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경제·민생·외교 모든 면에서 퇴보했고, 분열과 갈등을 조장한 채 대한민국을 무기력의 수렁으로 몰고 갔다. 그 결과 이재명 대통령이라는 대전환의 바람이 불었다. 하지만 그 변화의 이유를 끝까지 외면하는 태도는 무책임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다.
윤석열·김건희 부부는 이제라도 입을 닫고, 겸허하게 반성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전직 대통령의 품격은 권위로 세워지는 것이 아니라, 퇴임 후 얼마나 국민을 존중하며 조용히 무게를 지키는가에 달려 있다. 지금처럼 스스로를 정치의 중심에 남겨두려 한다면, 역사는 그들을 ‘실패한 대통령’이 아니라 ‘불명예스러운 국민의 짐’으로 기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