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기 산업안전취재본부장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안전사회 구축을 위한 전문가 모임 대표
지난 7월 17일 밤 9시 10분경, 경기 광명시의 한 아파트 필로티 구조 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2명이 사망하고 63명이 다치는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났다. 화재는 지상 1층 필로티 천장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천장 내 전선 트레이에서 불이 옮겨 붙었을 가능성이 높다. 주차장에 있던 차량 25대가 모두 불에 타고, 대피가 어려운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피해가 확대되었다.
필로티 구조는 도시형 아파트에 널리 적용되는 설계 방식이지만, 구조적으로 화재에 매우 취약하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1층을 기둥만 남기고 개방형으로 비워둔 이 구조는 외부 공기의 유입이 자유로워 불이 붙었을 때 산소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그로 인해 불길은 순식간에 확산된다. 이른바 '아궁이 효과'로 불리는 현상이 나타나며, 불길은 외벽을 타고 상층부로 번지고 연기와 열기는 위로 빠르게 전달되어 다수의 거주자가 피난에 어려움을 겪는다.
게다가 필로티 주차장에는 연료와 내장재가 가연성인 차량들이 밀집되어 있어 작은 불씨가 곧 대형 화재로 번질 위험이 높다. 광명 아파트 화재 당시에도 이러한 차량들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면서 피해를 가중시켰다. 문제는 이 구조적 취약성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법적 안전설비가 미비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필로티 주차장에는 연료와 내장재가 가연성인 차량들이 밀집되어 있어 작은 불씨가 곧 대형 화재로 번질 위험이 높다. 광명 아파트 화재 당시에도 이러한 차량들이 불쏘시개 역할을 하면서 피해를 가중시켰다. 문제는 이 구조적 취약성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법적 안전설비가 미비한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해당 아파트는 2014년에 사용 승인을 받은 10층 건물이다. 당시 기준에 따르면 스프링클러는 11층 이상 건물에만 의무적으로 설치돼야 했기 때문에, 이 아파트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이후 건축법은 2018년부터 6층 이상으로 그 범위를 확대했지만, 기존 건물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결국 구조적 위험성과 법적 사각지대가 결합된 상황에서 피해가 확대된 것이다.
이외에도 화재 확산을 방지할 수 있는 단열재와 마감재의 중요성이 다시금 조명되고 있다. 필로티 구조 주차장의 천장이나 벽체에 사용되는 자재는 반드시 불연 또는 준불연 성능을 갖춰야 하며, KS 인증을 받은 제품만 허용된다. 그러나 과거에는 SMC 플라스틱처럼 가연성 천장재가 널리 사용되었고, 이에 대한 제한은 최근에서야 강화되었다. 특히 단열재는 단순한 에너지 절약 목적을 넘어, 화재 안전과 직결되는 요소로 작용한다.
필로티 구조의 특성상 대피로 또한 제한적이다. 화재가 1층에서 시작될 경우 계단과 엘리베이터가 연기에 휩싸여 접근이 어려워지고, 옥상으로 피신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는 필로티 구조가 가진 근본적인 안전 한계이며, 설계 단계부터 이를 보완할 구조적 해법이 요구된다.
따라서 기존 필로티 구조 건축물에 대한 안전설비 보강을 비롯해,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 확대, 방연벽 및 방화셔터 설치, 불연 마감재 사용 기준 강화 등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또한 전기차의 화재 가능성까지 고려해 전용 주차구역을 외부로 분리하거나 충전설비와의 안전거리 확보 또한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광명 아파트 화재는 단순한 건축 구조의 한계를 넘어, 제도적 공백과 대응 시스템 미비가 낳은 복합적 사고였다. 필로티 구조라는 설계가 도시의 공간 효율성을 높인다는 긍정적 측면과 함께,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위험 구조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설계의 편의성을 넘어 구조적 안전과 제도적 대비를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