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원 기자
순천시가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생태철학을 실천한 결과, 순천만은 세계적인 멸종위기종 서식지로 자리 잡고 있다. 흑두루미를 불과 20m 거리에서 탐조할 수 있을 만큼 인간과의 신뢰 관계가 돈독해진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2024년 기준 순천만에 서식하는 흑두루미 개체수는 7,606마리로 급증했다. 이는 전 세계 흑두루미 개체수의 절반이 순천만을 월동지로 선택했다는 의미다.
2006년에는 불과 167마리였던 흑두루미가 이처럼 폭발적으로 증가한 이유는 순천시의 지속적인 생태 복원 정책 덕분이다. 순천만 습지 복원을 위해 환경저해시설 철거, 전봇대 제거, 친환경 농업을 통한 흑두루미 영농단 구성 등 다양한 노력이 이어졌다.
순천만의 변화는 단순히 개체수 증가에 그치지 않는다. 흑두루미와 인간 사이의 탐조거리가 과거 700m에서 현재 20m로 가까워진 점은 신뢰 관계가 형성되었음을 상징한다. 이는 순천만을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인간과 자연이 동등한 생태계 구성원’**이라는 순천시의 철학적 접근이 성공적으로 실현된 결과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생태계 보전은 생명을 위한 길일 뿐 아니라 인간도 함께 살아가는 방법”이라며, 인간 중심이 아닌 자연과의 공존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강조했다.
순천만의 성공 사례는 국내를 넘어 국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달 국제두루미재단 임원들이 순천시를 방문해 순천만의 생태복원 사례를 직접 확인했고, 올해에는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파트너십(EAAFP)과의 국제 워크숍도 예정되어 있다.
오는 11월에는 ‘순천만 흑두루미 국제 심포지엄’이 개최되어 순천의 생태복원 사례가 전 세계적으로 공유될 계획이다. 이는 순천만이 국제 생태 네트워크의 허브로 자리 잡는 데 있어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순천시는 미래를 대비한 장기적인 생태 보존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순천만과 도심을 연결하는 생태축 조성을 위해 농경지 35ha를 매입하고, 안풍들 지역에는 전봇대 지중화 및 무논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생태축은 단순히 생태적 가치를 보존하는 것을 넘어, 생태관광과 지역 경제 활성화의 새로운 모델로 작용할 전망이다.
노관규 시장은 순천만의 성공은 생태적 가치를 기반으로 문화와 경제를 융합한 결과라며, “앞으로도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생태철학을 전 세계에 공유하고 순천을 생태·문화·경제가 융합된 지속 가능한 발전의 모범 도시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순천만은 더 이상 단순한 자연 관광지가 아니다. 흑두루미와 같은 멸종위기종의 낙원이자, 전 세계가 주목하는 생태 복원의 롤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순천만에 서식하는 흑두루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