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 컬럼니스트
합동군사대학교 명예교수 / 법률사무소 호인 대표 변호사 / 굿투데이뉴스 김경호컬럼니스트
Ⅰ. 헌법은 ‘검사의 신청’을 말했다
헌법에는 사람을 체포하거나 압수수색을 하려면 반드시 ‘검사의 신청’으로 법관이 영장을 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여기서 핵심은 ‘신청’이고, ‘발부’는 법관이 한다는 점이다. 즉, 수사를 하더라도 판사가 먼저 허락해야 한다는 게 헌법의 정신이다.
Ⅱ. 그런데 법은 ‘검사만 청구 가능’이라 적었다
그런데 「형사소송법」은 제200조의2, 제201조, 제215조 등 영장 관련 조항에서 헌법처럼 ‘신청’이 아니라 ‘검사의 청구’가 있어야만 영장을 받을 수 있다고 적어 놓았다. 경찰이나 공수처는 혼자서는 법원에 영장을 요청할 수 없고, 반드시 검사를 통해야만 한다. 그래서 수사기관이 많아졌어도 결국 검사만 영장을 낼 수 있는 권한을 독점하게 된 것이다.
Ⅲ. ‘신청’과 ‘청구’는 다르다
‘신청’은 자격 있는 사람이 법원에 “검토해 주세요”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하지만 ‘청구’는 특정한 사람만 가질 수 있는 권리이다. 헌법은 수사기관에 문을 열어두고 싶어서 ‘신청’이라고 했는데, 법은 그 문을 닫고 검사만 들어가게 만든 셈이다. 이는 헌법의 뜻을 왜곡한 것이라 할 수 있다.
Ⅳ. 왜 문제인가?
검사만 영장을 청구할 수 있으면, 검찰이 다른 수사기관의 수사도 통제하게 된다. 이제는 검경수사관할권이 조정되었고, 경찰이 아무리 수사를 잘해도 검사가 영장 청구를 안 해주면 수사는 멈춘다. 또,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관의 판단이 아니라, 검사의 판단이 먼저 걸림돌이 된다. 그래서 헌법이 보장한 ‘법관의 통제’가 아니라, 검사의 통제로 바뀌는 구조가 된다.
Ⅴ. 헌법 위반 법을 뜯어 고쳐야, 괴물 검찰을 잡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헌법은 수사기관 누구든 법관에게 영장을 ‘신청’할 수 있게 하자는 뜻이었고, 법은 그걸 ‘검사만 청구할 수 있다’로 바꾸면서 검찰에 과도한 권한을 줘버렸다. 헌법대로 모든 수사기관이 법원에 직접 신청할 수 있도록 법을 고쳐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검찰개혁의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