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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군사대학교 명예교수 /  법률사무소 호인 대표 변호사 / 굿투데이뉴스 김경호컬럼니스트

여기 한 편의 블랙코미디가 있다. 부하의 징계를 신중히 처리하려다 5개월이 걸린 지휘관은 ‘성실의무 위반’으로 징계를 받는다. 반면, 장병의 항고 사건을 80일 넘게 방치한 군법무관은 “아직 시작도 안 했으니 규정 위반이 아니다”라는 해괴한 논리로 책임을 회피한다. 이것이 오늘날 대한민국 군 사법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육군규정은 항고심사를 30일 내에, 부득이한 사유가 있어도 60일 내에 끝내라고 명시한다. 장병의 절차적 권리를 위한 최소한의 보루이다. 그러나 육군본부 법무실의 한 군법무관은 항고장이 접수된 지 80일이 지나도록 절차의 첫 단계인 ‘항고심사계획서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명백한 직무유기이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계획서 보고를 안 했으니 30일 규정은 적용되지 않는다”는 공식 답변이다. 이는 자신의 직무 해태를 방패 삼아 법규를 무력화시키는, 법률가로서의 양심을 내던진 궤변이다.


반면 일선 지휘관에게 법의 잣대는 추상같이 차갑다. 징계 대상자의 딱한 사정을 살피고 감경 여부를 검토하느라 15일의 처리 기한을 넘기자, 그는 가차 없이 ‘직무태만’이라는 징계의 칼날을 맞았다. 군법무관의 고의적 방치는 ‘규정 미적용’이라는 면죄부를 받지만, 지휘관의 신중한 고민은 ‘성실의무 위반’이라는 주홍글씨가 되는 현실이다. 이것이 과연 공정인가.


군법무관은 누구보다 엄격한 법규 준수의 모범을 보여야 할 존재이다. 그러나 지금 그들은 법의 수호자가 아니라 법 위에 군림하는 특권층 행세를 하고 있다. 이러한 ‘내로남불’과 위선이야말로 군 사법에 대한 신뢰를 뿌리부터 썩게 만드는 가장 큰 적이다. 법의 저울이 모두에게 평등하게 적용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더 이상 정의의 저울이 아니다. 군은 기강을 바로 세우기 위해, 가장 먼저 법복을 입은 자들의 어깨 위에 놓인 무거운 책임의 무게부터 물어야 한다.


※ 필자는 본래 공정한 군사법을 위하여 군법무관들과 전쟁(진정, 고발 등)을 10여년간 진행하고 있었다. 이번 반란수괴 윤석열과 이에 동조하는 사회 법조인과 국회의원들의 헌법과 법률 무시에 경악하여 국민들 앞에 나서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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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6-11 20:5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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