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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법 칼럼(34)】 이 부대 저 부대 기본을 망각하고 정의를 외면한 군, 또 신뢰를 잃는다.
  • 기사등록 2025-08-13 08:3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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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군사대학교 명예교수 /  법률사무소 호인 대표 변호사 / 굿투데이뉴스 김경호컬럼니스트

국가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청년의 꿈이 찰나의 의심으로 꺾였다. 장교 임관을 불과 몇 달 앞둔 사관생도가 음주를 했다는 명확한 증거 없이 퇴학 처분을 받았다. 동석자 두명이 자신들은  술을 마셨고 문제의 생도는 마시지 않았다는 진술서와 그리고 해당 생도의 술을 마시지 않았다는 일관된 부인은 묵살됐다. 객관적 증거는 없고, 붉은 얼굴빛이라는 주관적 관찰과 정황만으로 한 개인의 미래를 송두리째 앗아간 것이다. 이것이 2025년 대한민국 군의 자화상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군의 법치주의에 대한 무지 혹은 의도적 외면이다. 대법원은 이미 사관생도의 사적 공간 음주를 전면 금지하고 이를 이유로 퇴학시키는 것이 개인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여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최고 법원의 판결 취지마저 무시하는 군사법 체계의 오만함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다른 징계 수단을 고려하지 않고 가장 극단적인 퇴학을 선택한 것은 명백한 재량권의 남용이다. 비례의 원칙은 군이라는 특수 조직에도 예외 없이 적용되어야 할 헌법적 가치이다.


빨리 결정하는 것이 중요한가, 정확하게 결정하는 것이 중요한가. 훗날 법원에서 군의 결정이 잘못됐다는 판단을 받을 경우, 군사법 전체의 신뢰가 붕괴할 것이라는 일말의 고민이라도 있는가. 갓 임관한 징계간사 법무관의 미숙한 주장이 군 전체의 명예보다 더 중요한 고려 사항일 수는 없다.


이번 사안은 단순히 한 생도의 억울함을 넘어, 군의 사법 체계가 과연 상식과 정의의 토대 위에 서 있는지 묻고 있다. 증거재판주의와 적법절차를 무시한 자의적 처분은 군의 기강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구성원의 불신과 냉소를 키울 뿐이다. 진정한 군의 명예는 맹목적인 복종이 아닌, 합리적이고 정의로운 절차에 대한 신뢰에서 나온다. 군은 스스로 정의를 바로 세울 기회를 외면하고 있다. 그 끝은 결국 국민의 불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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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08-13 08:3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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