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호 컬럼니스트
합동군사대학교 명예교수 / 법률사무소 호인 대표 변호사 / 굿투데이뉴스 김경호컬럼니스트
광복 80주년. '빛을 되찾았다'는 의미의 광복(光復)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명확하다. 우리는 진정으로 빛을 되찾았는가? 윤석열 정권의 역사 쿠데타를 시민의 힘으로 저지하고 'K-민주주의'의 승리를 이뤄낸 오늘, 우리는 광복의 의미를 다시 한번 깊이 새겨야 한다.
지난 겨울, 우리는 위대한 민주시민의 용기를 목격했다. 불법 비상계엄이라는 어둠의 위협 앞에 수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나섰다. 헬기 소리가 뒤덮었던 국회 잔디광장에서 '대한이 살았다'는 노랫말이 울려 퍼진 것은 단순한 축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죽음의 시간을 이겨내고 대한민국을 살려낸 시민들의 숭고한 투쟁에 대한 응답이자, 고양된 민주시민 의식이 만들어낸 새로운 ‘빛의 회복’의 순간이었다.
이것은 80년 전 나라를 구한 선조들의 희생과 맞닿아 있다. 조국의 자유와 민족의 존엄을 위해 이름 없이 스러져간 영웅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오늘이 가능했다. 최근 고국으로 돌아온 독립운동가들의 유해, 그리고 흉상 철거 논란 속에서도 시민들의 가슴에 살아 숨 쉬는 홍범도 장군의 얼굴은 역사를 올바르게 기억하고 계승하려는 우리의 의지를 보여준다. 이 모든 것은 윤석열 정권의 반민족적, 반민주적 역사 쿠데타를 시민의 힘으로 청산하고 역사 정의를 바로 세운 결과이다.
그러나 진정한 ‘빛의 회복’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8월 14일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최초로 증언한 고 김학순 할머니를 기억하는 '세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다.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강제징용, '위안부' 문제는 우리가 직시해야 할 역사적 과제이다. 과거의 어둠을 완전히 걷어내지 못한다면, 광복의 빛은 언제든 다시 흐려질 수 있다.
또한, 우리는 8.15가 가져온 한반도 분단이라는 숙명적 현실을 외면할 수 없다. 해방이 끝이 아닌 시작이었듯, 광복은 우리에게 '더위로부터는 해방되었으나, 추위로부터는 아직 해방되지 않았다'는 도올의 통찰처럼, 끝나지 않은 과제를 남겼다. 지금의 남북 관계는 경색되어 있고, 통일의 길은 아직 멀어 보인다.
하지만 절망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이미 '고양된 민주시민 의식'과 'K-민주주의'라는 강력한 무기를 가지고 있다. 우리는 과거의 어둠을 용기 있게 직시하고, 시대의 불의에 맞서 싸울 줄 안다. 이 힘이야말로 남과 북이 서로를 지배하려 하지 않고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빛의 회복'의 길을 열어줄 지혜와 용기의 원천이다.
80년 전 선조들이 이뤄낸 광복, 그리고 지난겨울 우리가 되찾은 민주주의의 빛. 이 두 가지 빛을 모두 기억하며, 우리는 아직 끝나지 않은 해방을 위해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80주년 광복을 기념하며 대한민국을 위해 기도하는 이유이다.
2025년 8월 15일
김경호 변호사 씀